한강 노벨상 이후 한국 문학 '돈값'이 달라졌다... 미국 영화사들 경쟁 입찰 현장

 최근 한국 문학이 할리우드와 해외 영화사들이 탐내는 원천 소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천선란 작가의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이 지난달 워너브러더스와 6억 원대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으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제작한 다국적 제작사 RT 피처스에 3년 전 영화화 판권이 팔렸으며, 최근 노르웨이 여성 감독 테아 비스텐달이 연출자로 결정됐다.

 

한국 문학의 해외 번역 출간 및 영화화 계약을 다수 성사시킨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는 "모든 주요 미국 출판사가 한 권 이상의 한국 책을 출간한 데 이어, 영화사들도 '한국 비즈니스'에 뛰어들길 원하고 있다"며 한국 문학이 현재 전환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을 해외에 소개한 1세대 한국 문학 에이전트인 지트워는 '천 개의 파랑'의 영화화 계약이 지금까지 진행한 계약 중 가장 빠르게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입찰에는 워너브러더스 외에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유명 영국 제작사가 참여했지만, 워너브러더스가 훨씬 높은 금액을 제안하며 낙찰받았다. 지트워는 "스타 배우 출연이나 유명 감독 연출이 확정돼야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워너는 그런 조건 없이 원작 자체의 강력함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을 그린 이 소설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나 '씨비스킷'을 연상시킨다. 지트워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로 고전적 감성을 지니면서도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며 "경마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취미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선 '옐로스톤' 시리즈 성공 이후 서부극이 인기를 끌고 있어 이 영화에 카우보이적 요소가 반영될 수 있으며, 미국 서부의 목장이 훌륭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문학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 중 가장 빠른 진행을 보이는 작품은 편혜영 작가의 '홀'이다. 최근 배급사가 정해져 이르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샘 에스메일 프로듀서가 제작,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테오 제임스, 정호연, 염혜란 등이 출연한다. 돌기민 작가의 SF '보행 연습'은 다코타 존슨의 프로덕션에 판매돼 현재 각본 작업 중이다.

 

지트워는 한국 문학이 문화적 경계를 넘어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코드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편 작가의 '홀'은 히치콕의 영화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한국적 배경과 카프카적 감성이 매혹적인 조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높였지만, 지트워는 "한국 작가들 역시 최고의 작품을 써야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베스트셀러를 목적으로 쓰지 말고, 써야 할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행을 따르지 말고, 유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