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짠물' 논란 KFA, 드디어 '국대 수당' 칼 댔지만..'뒷북' 지적도

 대한축구협회(KFA)가 무려 15년간 굳건히 동결됐던 국가대표팀 수당 인상에 마침내 나선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로 정확한 액수는 미정이지만,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10만 원 내에서 인상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명예직'이라는 미명 아래 외면받았던 태극전사들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에 대한 뒤늦은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제대회나 평가전 소집 훈련 시 KFA의 규정에 따라 하루 10만 원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 금액은 놀랍게도 2010년 1월 이후 단 한 번도 변동 없이 유지되어 왔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09년까지 6만 원이던 훈련수당을 4만 원 인상한 것이 마지막 '변화'였다. 소집일과 실제 훈련일수만 철저히 따져 지급되는 이 10만 원은, 현재 최저시급(1만 3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근무 시 받는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소속 팀에서 수십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조차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학교 및 아마추어 선수들과 동일하게 10만 원을 받았다. 이는 선수들의 시장 가치와 국가대표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축구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국가대표는 명예직'이라는 대의명분 뒤에 숨어, KFA가 선수들의 기본적인 처우 개선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던 대목이다.

 


최근 이라크(원정)와 쿠웨이트(홈)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소집 당시, 대표팀 내부에서 이 수당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액수 자체보다는 협회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성의'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퍼블리시티권(초상권) 문제, 개인 트레이너 고용 등 의무팀 이슈 등 선수 권익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당 문제가 비로소 공식적으로 다뤄진 것이다.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 역시 선수들의 권익 신장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홍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현재 대표팀에 변화가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행정적 측면에서도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수단 복지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쁜 일정 탓에 미뤄뒀던 사안들이 이제야 여유를 갖고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이번 남자대표팀 수당 인상 논의와 함께, 현재 5만 원에 불과한 여자대표팀 수당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KFA의 이번 결정은 15년간 묵혀왔던 숙제를 뒤늦게나마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수당 인상을 넘어,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선수 복지 개선을 위한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 속에 생색내기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