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적 찍었는데…아무도 안 찾는 '150km 좌완'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대박'을 꿈꿨던 한화 이글스의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가 예상 밖의 찬바람을 맞고 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문한 그는 좌완이라는 이점과 최고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를 겸비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은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와 같았다. 2021시즌까지 단 한 번도 4점대 평균자책점의 벽을 넘지 못했고, 팀은 그에게 맞는 옷을 찾아주기 위해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오가는 실험을 반복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잠재력은 분명했지만, 그 잠재력이 터지지 않는 긴 시간 동안 그는 그저 그런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그랬던 김범수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22년이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더 이상 선발 투수로 고려하지 않고,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명확한 임무를 부여했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김범수는 2022년 78경기에 등판해 27홀드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도 76경기에 나서 18홀드를 수확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FA 자격을 얻는 올해, 그는 야구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73경기에 출전해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25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한승혁, 김서현과 함께 한화의 철벽 필승조를 구축했다. 그의 활약은 한화가 정규 시즌 2위라는 기적을 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김범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보상 등급도 A가 아닌 B등급이라 타 구단의 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보였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 기대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K9 자주포 한 대면 될 것 같다. 한 대에 80억 한다더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막상 FA 시장의 문이 열리자 분위기는 싸늘했다. 불펜 보강이 시급했던 삼성은 이미 내부 FA 단속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큰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두산과 KT는 일찌감치 외부 영입을 마치고 지갑을 닫았다. LG와 SSG는 굳이 외부 영입이 필요 없을 만큼 불펜이 탄탄하며, KIA와 롯데는 올해도 긴축 재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결국 김범수에게 남은 선택지는 원소속팀 한화와의 잔류 협상뿐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화는 최근 거물급 FA 강백호를 4년 100억 원에 영입했고, 팀의 간판타자 노시환과의 장기 계약 협상도 진행 중이다. 노시환의 몸값은 최소 120억 원 이상으로 예상돼 한화의 페이롤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만약 김범수가 자신의 기대치를 고수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도 있다. 지난해 같은 B등급 FA였던 팀 동료 하주석은 타 구단의 외면 속에 결국 원소속팀 한화와 1년 최대 1억 1,000만 원이라는 '사인 앤 트레이드'에 가까운 계약을 맺어야 했다. 80억의 꿈이 1억의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하주석의 악몽'이 김범수에게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