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청구서', 전쟁 비용으로 증발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관세 만능주의'가 중동발 전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무역 적자 해소와 국가 부채 감축을 명분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거둬들인 막대한 관세 수입이, 최근 발발한 이란과의 군사 충돌 비용으로 고스란히 상쇄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곳간을 채웠지만, 정작 그 돈이 미국 내 경제 재건이 아닌 해외 전쟁터에 뿌려질 위기에 처하면서 트럼프식 경제학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다.미국 재무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이후 상호 관세를 통해 확보한 세수는 작년 말 기준 약 1,335억 달러(약 197조 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금을 국가 부채 상환과 소득세 감세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시작된 대이란 군사 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모든 계획을 헝클어뜨렸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Fortune)이 인용한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M) 분석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인한 미국의 총 경제적 비용은 최대 2,100억 달러(약 31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행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피땀 흘려(?) 거둬들인 관세 수입 총액을 700억 달러 이상 초과하는 규모다.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된 관세 부담으로 마련한 재원이, 국민 삶의 질 개선이 아닌 전쟁 비용으로 허공에 날아가는 셈이다.

비용의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직접적인 군사 작전과 장비·탄약 보충 등 직접 비용에만 약 650억 달러(약 96조 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가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중동에 전개하는 사전 배치 단계에서 이미 6억 3,000만 달러(약 9,300억 원)를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전쟁이 유발할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에너지 시장 교란, 금융 시장 불안, 무역 차질 등으로 인한 간접 손실 추정치만 1,15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한다. PWBM 측은 "이 모든 추산은 전쟁이 '최대 두 달' 안에 끝난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용은 310조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돈줄'인 관세 정책 자체도 법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4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에게 돌려줘야 할 관세 환급액이 약 1,420억 달러(약 20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걷었던 관세는 법원 판결로 토해내야 하고, 전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징수한 관세 수입은 반환 소송에 묶이고, 전쟁 청구서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심각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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