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은 공평해도 설비는 중국 독점, 해법은 없나
지정학적 충돌이 에너지 안보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화석연료 탈피를 향한 전 세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자원 보유국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에 각국은 태양과 바람이라는 무한한 자원을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특정 국가가 장악한 설비 공급망에 다시 종속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고등이 켜졌다.현재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실질적인 관문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태양광 제품의 80%,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며, 세계 10대 풍력 터빈 제조사 중 대다수가 중국 기업일 만큼 독점적 지위가 공고하다. 이는 과거 중동 산유국들에 의존했던 화석연료 시대의 구조가 재생에너지 설비 분야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원 자체는 공평할지 몰라도, 그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과 장비는 결코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공급망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석유나 가스는 운송로가 차단되는 즉시 에너지 공급 자체가 중단되지만, 재생에너지는 한 번 설비를 구축해두면 외부의 간섭 없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설비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이미 설치된 패널과 터빈은 태양과 바람을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인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 화석연료보다 우월한 안보적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경제성과 안보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중국산 설비는 타국 제품에 비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선택할 경우 발전 단가를 최대 60% 이상 낮출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설비를 단기간에 보급해야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 저렴한 중국산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중국의 태양광과 배터리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비용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른바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도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것이나,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쓰는 것보다 자국 내 제조 역량을 키우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과 핵심 광물의 대체지 발굴 역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은 눈에 보이는 설비 비용 외에 '안보 비용'이라는 추가적인 대가를 요구한다. 중국산의 가성비를 포기하고 기술 자립과 대체 공급망을 선택할 때 발생하는 초기 투자 비용과 시간 소요를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에너지 주권은 단순히 연료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체 생태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안보는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견고한 자립 기반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