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신 '조선'?…정동영 발언에 정계 '발칵'

 정부의 대북 호칭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틀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통일부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 대신 그들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사용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는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의 기조 변화와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국가적 실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이러한 호칭 변화 시도는 남북 간의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가 먼저 호칭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현실화된 분단 상황을 직시하고 그 바탕 위에서 실현 가능한 평화 정착 방안을 찾으려는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반면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북한의 영구 분단 획책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강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행 헌법은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별개의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뉘앙스의 공식 국호 사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제사회에 한국이 통일을 포기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 문제의 폭발성을 감안해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주무 부처는 장관의 발언이 즉각적인 정책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칭 변경이 수반할 법적, 제도적 파급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유지해 온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기존의 법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서독의 동방정책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서독은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하면서도 명시적으로 두 국가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평화적 공존을 이끌어냈다. 북한이 동족 개념을 폐기하고 적대적 노선을 노골화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유연하면서도 원칙 있는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대북 호칭 문제는 단순한 용어 선택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통일 전략과 직결된 핵심 의제다. 북한의 일방적인 관계 단절 선언에 맞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주어졌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담론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