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터널서 10일 버텼다…기적 생존자 발견


네팔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터널에 고립됐던 중국인 남성이 1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런데 구조된 생존자는 자신이 머물던 곳 주변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생존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지난 5일(현지시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터널에서 중국인 생존자 루하이타오 씨를 구조했다. 그는 터널 안쪽 225m 지점에서 네팔군과 KDRT가 함께 구성한 합동 구조팀에 발견됐다.

 

루 씨가 구조된 지역은 한국인 9명이 실종된 곳과 가까운 곳이다. 루 씨는 구조대에 자신이 있던 장소 인근에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해당 인물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DRT는 루 씨의 증언을 토대로 네팔군과 협의한 뒤 6일 오전 UT-1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에 대한 추가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루 씨가 발견된 순간은 구조대원의 헬멧에 설치된 헤드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공개된 영상 속 터널 내부는 손전등과 헤드램프가 비추는 부분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다. 바닥에는 진흙이 가득했고, 대규모 토석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이는 철골 구조물들이 곳곳에 뒤틀리거나 끊어진 채 널려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KDRT 대원들이 터널 위쪽에 철근 기둥이 세워진 공간을 손전등으로 살피던 중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포착됐다. 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생존자, 괜찮아요?”라고 외쳤고, 다른 대원도 “생존자 찾았어”라고 소리쳤다.

 

철근 기둥 뒤에 앉아 있던 루 씨는 상의에는 긴팔 옷을 입고 있었지만 하의는 속옷 차림이었다. 구조대원은 벽에 설치된 철골 구조물을 잡고 위로 올라가면서 영어로 한국 구조대라고 소개한 뒤 국적을 물었다.

 

루 씨는 구조대를 발견하자마자 밖으로 나가려는 듯 철근 사이를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했다. 대원들이 안전을 위해 기다리라고 외치는 가운데 그는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터널 바닥으로 내려왔다.

 

구조대원들이 발견했을 당시 루 씨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중국인 남성으로 확인된 그는 대원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철골 구조물을 직접 붙잡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보였다.

 

AP통신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루 씨는 고립된 기간 동안 멀리서 구조대의 불빛이 보일 때마다 최대한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자신의 목소리가 구조대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구조대가 자신을 찾아냈을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뻤다는 취지의 소감도 전했다.

 

KDRT는 루 씨의 진술에 따라 터널 내부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수색에 나선다. 구조대는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네팔 현지에서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네팔에 파견된 KDRT 대원들은 진흙으로 뒤덮인 터널 안에서 수색을 계속해왔다. 뻘밭처럼 변한 구간을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곳을 지나며 작업을 진행했다.

 

KDRT는 앞서 UT-1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대형 레미콘 트럭이 옆으로 쓰러져 있는 구간을 수색하던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1구를 수습했다. 또 다른 시신 2구의 위치도 확인한 상태다.

 

UT-1 수력발전소 주변은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종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KDRT는 한국인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발전소 인근을 대상으로 헬기와 드론을 활용한 수색도 계속하고 있다.

 

KDRT 관계자는 터널 내부 추가 수색에 영어가 가능한 대원 1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네팔군이 전날 터널 구조·수색 작전을 마친 뒤 KDRT의 활동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 상류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날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천375명, 실종자는 5천531명에 달했다.